2015년 2월 8일 일요일

바틱이야기 -예술 장르로 승화된 ‘인도네시아 직물의 백미

바틱이야기
  2003/06/20 12:28
미스타킴    조회 1016  추천 10
예술 장르로 승화된 ‘인도네시아 직물의 백미



‘바틱(Batik)’은 옷감의 무늬를 염색할 때 쓰이는 기법으로, 그 어원은 ‘작은 점들이 찍힌 옷감’이라는 의미의 ‘암바틱(Ambatik)’ 혹은 ‘옷감을 묶거나 바느질을 해 문양 낸 부분을 제외한 곳을 염색하는 과정’이라는 의미의 ‘트리틱(Tritik)’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바틱의 염료는 화학염료가 아닌 풀이나 나무의 뿌리, 껍질, 잎에서 축출한 자연의 색채를 사용하고, 디자인은 기하학적인 무늬나 새, 꽃 등을 주로 사용하지만 현재 대량 생산되고 있는 바틱은 흔히 화학섬유와 프린트 염색을 사용하기도 한다.

밀랍, 풀 등을 천에 칠하고 염색하여 문양을 나타내는 바틱과 비슷한 염색 기술을 사용한 흔적은 약 1천500년 전 이집트와 중동지역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그 예술성은 인도네시아 자바산이 가장 우수하다. 고대 인도네시아의 공주나 귀족 부인들이 옷감에 전통 문양을 염색해 입음으로써 자바왕족에 의해 보존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일반 평민들에게도 널리 퍼져 있어 꼭 왕족만의 예술은 아니었으리라 추측된다. 중앙 자바지역에서는 요리나 집안일 못지 않게 바틱 제작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여자의 솜씨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복잡, 정교한 문양일수록 가치 높아

바틱은 천에 왁스를 입히고 염색을 하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비로소 멋진 문양이 새겨진 ‘작품’으로 완성된다. 바틱의 천은 보통 면이나 실크를 쓰는데 예전에는 왁스가 잘 스며들게 하기 위해 여러 번 삶은 천을 나무 봉으로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옷감 위에다 흑연이나 목탄으로 초벌 디자인을 한다. 꽃이나 잎, 새, 나비, 물고기, 곤충 외에도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역사적으로 기록된 바틱 문양만도 3천 가지에 이른다.

다음은 초벌 디자인에 왁스를 입히는 작업. 왁스는 계속되는 염색 단계를 거쳐 천의 각기 다른 부분을 커버하는 역할을 하기에 단순하고 큰 문양이 많을수록 가격이 낮고, 복잡하고 정교한 문양이 들어갈수록 그 가치는 높아진다.

작업 횟수가 가격 결정

바틱의 제작과정은 복잡한 편이지만, 여기에 쓰이는 도구들은 의외로 단순하다. 특히 자바인의 순수 발명품이라고 여겨지는 칸팅(Canting)은 구리로 만든 케이스로, 여기에 녹인 왁스를 채워넣고 옷감에 디자인을 입힐 때 사용한다. 또한 바틱에서 반복되는 문양의 기본 단위를 구성하는 구리 도장이라 할 수 있는찹(Cap)은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히 줄여준다.

왁스가 칠해진 옷감을 염색통에 담가 첫번째 염색이 끝나면, 천이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새로운 색으로 염색할 부분을 정해 다시 왁스를 바른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해야 바틱이 완성되므로 색깔의 수가 그 옷감의 작업횟수를 알려주고, 바틱 값을 결정하는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좋은 바틱은 오래 쓸수록 촉감이 좋아지고 색도 안정되어 멋스럽다.


세계 정상들도 입었던 ‘바틱 셔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짧게는 40일, 길게는 6개월 정도 걸려 완성되는 바틱은 ‘인도네시아 직물의 백미’라 불리며 예술의 한 장르로도 인정받고 있다. 전통적인 문양이 계승·발전되고 대중적으로 보편화 돼 지금은 서민들의 예복과 일상복으로도 애용된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전통차림인 남성용 바틱 남방 셔츠는 APEC 정상회담을 할 때 각 국가 원수들이 입기도 했다.

바틱의 생산지로는 족자카르타, 솔로, 마두라 등이 유명한데, 특히 족자카르타에는 여행자에게 제작과정을 보여주거나 가르쳐주는 바틱 공방이 많다. 대부분 가내 수공업 형태지만 요즘에는 기업화가 되어 대규모 생산, 판매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대표적인 대중 브랜드로는 ‘바틱 크리스(Batik Keris)’가 있다. 바틱 드레스를 비롯해 잠옷, 티셔츠, 슬리퍼, 가방, 모자, 침대커버, 식탁보 등 수십 가지 이상의 품목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자카르타 블럭엠의 빠사라야 백화점 4, 5층에 가면 다양한 브랜드의 바틱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고 가격도 약 5~20달러(한화 약 7천원~2만 5천원)정도면 충분하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도네시아 명물 바틱을 가져보는 것도 인도네시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현미 / 대한항공 자카르타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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